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류근

해아심이 2017. 12. 26. 13:39


 2013.7.30  1판 1쇄, 웅진문학임프린트 곰


<상처적 체질> <어떻게든 이별> 에 이은 류근 시인의 세번째 작품을 접했다.

책을 읽는 동안 시인의 말처럼 쉽게 와 닿는 글들이 그냥 일상생활을 접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천상병시인과 장승업화가가 겹쳤고,

책속에 등장하는 이성복시인의 글과 백석시인의 낙타와 함민복시인까지

많은 작가들을 같이 접한 느낌이다.

그보다도 그는 술을 사랑하는 시인이고, 삶을 사랑하는 시인이지만,

생 깊숙히 빠져 들지 않은 순수함이 부러울 지경이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의 표현을 빌어

"조낸 겁나 부럽다. 시바!"



술 먹는 놈 술 피해 가기가 가출견 복날 숨어 가기보다 어렵다.(p.141)


싸나희의 순정엔 미래 따윈 없는 거유. 그냥 순정만 반짝반짝 살아있으면 그걸로 아름다운 거유 (p. 175, 아저씨 이야기)


당신은 묻는다. 왜 술을 마시냐고, 나는 대답한다, 외로워서 마신다고. 당신은 다시 묻는다. 술 마시면 안 외로워지냐고, 나 또한 다시 대답한다. 마시면 더 외로워진다고.(p.180)


정말이지 내가 가진 걱정거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뭘까. 어떤 걱정이 나를 대표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세상 일 모든것을 걱정만 앞세우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걱정만 너무 많아서 어느 것 하나 선뜻 걱정이라고 내세울만한 것 없는 걱정의 체질화, 상습화...(p.223)


각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직도 '언어는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명제에 동의한다. 그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의 '내용'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단 두어 문장의 글을 보고도 그 사람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가 내뱉는 말의 높이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을 짐작할 수 있다.(p.245)


그러나 나는 그 울음에 아랑곳 없이 다시 세상 쪽으로 돌ㅇ아서리라. 세상이 베푸는 더 큰 상처 속에서 오래도록 위로받을거니까.(p.250)


나는 꽃들에게 말을 걸면

내 슬픔때문에 꽃들이 죽어버릴까 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네.(p.274, 노스님)


"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시가 될 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p.300, 구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