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힘 | 이인구

해아심이 2017. 12. 26. 13:54


 2013.5.30 초판, 월간문학출판부


우연히 지하철에서 그의 시를 보았다.

'어느 늦된 사랑'

처음 접한 그 시에 많은 세월의 힘을 느껴 그의 시를 메모해 놓았는데...

우연히 시집코너에서 이 시집을 발견하였다.

새로운 시인의 세계를 접한다는 마음에 책을 바로 빼어 들었다.

첫 시집과는 7년의 세월이 지난 두번 째 시집이라고 한다.

시를 읽어 나가면서 잘 익은 그리움이 이어지기 보다는

허허로운 그리움이 더 많이 전해진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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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힘들었다.

항상 날 할미라 부르는데

내 것 아닌 이름에 묶여

맘 먹은 대로

여름해를 향해 고개 들 수 없었다.


자라다 만 키에 채색 덜 된 얼굴을

또 모질게도 꽃이라 불러대

뭇 꽃들 앞에서

일평생 고개 숙여 부끄러워했다


누군가 알아 주어따면

내가 아닌 이름을 벗겨 주었더라면

나도 한 줌의 사랑이나마

포기하지 않았을 것을


오늘도 해 저물도록 여전히

할미꽃

                                      (p.20)


버겁게 지고도

한 푼 세상 무게

내가 있어 늘지 않는 나는

턱없이 가벼운 자이다

유랑하듯 흔들리며

매일 돌아가는

뜻 없는 자이다

                                        (p.79, 돌아가는 길 中)


바라는 것 많아 길어진 겨울 그림자

꽃은 언제나 늦네

                                         (p.106, 대흥사 동백꽃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