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이별 | 류근
초판 2쇄, 2016.9.7. (주)문학과 지성사
시는 무엇일까?
결국은 자신에게서 나오는 울부짖음이 아닐까
어떤 때에는 고통으로, 어떤 때는 흐뭇함으로, 또 어떤 때에는 뭔지 모를 기대감으로
이러한 싯구들 또한, 자신의 것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니
그래서, 그의 시는 어렵지 않다.
같은 느낌이 많다.
나에게 주는 시 中 (P.16)
우산을 접어 버리듯
잊기로 한다
위험한 날 中 (P.30)
술꾼들에게 가장 위험한 날은
뭐 다 아시다시피
술맛이 물맛인 날이다
반드시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본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中 (P.37-38)
파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파도의 굳은 살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축시 中(P.48-49)
당신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지는 않겠습니다
내 기도가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당신은 당신의 기도로
나는 나의 기도로
서로의 삶을 살아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살아서 다시는 서로의 빈자리를 확인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서로의 부재가 위안이 되는 삶이길 바랍니다
내가 당신의 손을 놓아준 힘만큼
당신도 누군가의 손을 가장 큰 힘으로 잡게 되길 바랍니다
가죽나무 中(P.93)
내게도 아직
당신이 부를 이름은 남겨져 있다
겨울이 와서 中 (P.111)
믿고 실지 않으나
내게도 믿을 수 없는 겨울이 와서
헝겊 쪼가리 같은 마음 위로
칼빛 바람이 파르르,
제 자국을 새기고 지나간다
겨울나무 中 (P.140)
비로소 이 세상에 혼자인 것들과
혼자가 아닌 것들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