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는 안토니오 코레아를 그리지 않았다. | 노성두

해아심이 2018. 1. 12. 17:48


  1판1쇄, 2017.11.30, 삶은책


'고전미술의 숨은 비밀 또는 새로운 사실'이라는 부재만큼

미술을 통해 그리스신화를 실컷 읽은 느낌이다.

들어가며 밝힌 작가의 이야기 '미술사의 퍼즐에는 완벽한 상자가 없다는 게 특징'이라고 했듯이

책을 읽어 가면서 느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굳어진 정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전미술은 지금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각으로 들어가서 보아야 할 진데

시간의 힘으로 풍화와 사라진 조각들을 지금 모두 선명히 밝히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여러 문헌들, 그리고 연관된 작품들을 서로 얽혀서 보다 보면

오래된 작품의 내면에 다가갈 수 있는 일이다.


특히, 최근에 '안토니오 코레아'는 거의 정설처럼 조선인으로 이야기 되고 있었고,

드라마에서도 우연히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데, 가설과 논리들을 접하고 보니

조선인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작품의 세계인 것 같다.

꼭 맞는 퍼즐인 듯 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조각이라면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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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이 쓴 <일방통행로>가 생각난다. 천재의 번득이는 상념을 생각나는 대로 긁적거린 일종의 에세이 모음인데, 중간쯤에 '책과 창녀의 공통점' 열 세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런 구절이 기억난다. 

'책과 창녀는 침대에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 (96쪽)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4장

'인간은 누구나 날 때부터 모방된 것에 대해 쾌감을 느낀다' (113쪽)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교만을 지옥에 떨어지는 일곱가지 죽을 죄 가운데 으뜸으로 쳤다(153쪽)


플라톤은 [국가]에서 형 클라우콘의 입을 빌어서, 사람은 흔히 남의 눈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착하게 사는 경우가 많은데,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 따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면 과연 올바르고 정의로운 삶을 살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주장의 근거로 기게스의 투명반지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183쪽)


그림의 창문을 통해 상상의 자유를 누리는 것도 미술을 사랑하는 감상자의 권리라고 말하고 싶다(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