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 이원규
초판1쇄, 2011.9.9, 오픈하우스, (학우의 선물)
낙장불입으로 불리는 이원규 시인의 산문집이다.
그에 대하여 알지 못하였던 터라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데 다소 머뭇거림이 있었다.
그런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삶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진솔함이 느껴지면서
아, 이게 우리들의 삶이였지 하는 공감과 잊고 있었던 삶의 냄새를 다시 찾은 듯 했다.
시골 장터에서의 오랜 시간을 지나온 이들에게서만이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언어와 마음씀씀이들..
특히 세 번째, 네 번째의 이야기들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지 못하는 안타까움들이 아팠다
생태적 삶! 같이 어우러져 살아야 결국은 서로가 상생하는데
어찌 인간이 사는 것에만 촛점이 맞추어져 자연을 파괴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에 대한 인식들도 많이 바뀌고,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들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 힘들이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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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리움은 흰색일지도 모른다. (64쪽)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옆도 보지 말아야 한다. 두려운 나머지 주춤거리며 자꾸 낭떠러지만 바라보면 어느새 그곳으로 떨어질 뿐이다. 집중 또 집중, 고개를 돌려 s자 커브의 탈출구 라인만을 바라보아야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고 몸이 가고, 마침내 쓰러질 듯 원심력으로 코너를 돌아 끝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모든 생이 그러하듯이 자꾸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곳으로 가게 돼 있다. (98쪽)
아무리 생각해도 노가다보다 힘들고 어려운 시는 없다.(166쪽)
머지 않아 돈 없이 만드는 '앉은 자리가 곧 학교'이자 '움직이는 학교'의 훈풍이 전국적으로 번지게 되면 이런 학교들의 네트워크가 생기게 됨으로써 서로 수학여행을 다니고 크로스 강의를 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176쪽)
무엇인가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일이다. 결과 이전에 과정이 더 소중한 법. 미치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213쪽)
사실 따지고 보면 길들여지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길들여진다는 것의 행복과 그 만큼의 절망은 동전의 앞뒤처럼 공존하는 것이다. (232쪽)
"먹이 주기가 아니라 먹이 나누기입니다. 옛날 선조들이 까치밥으로 감을 몇 개씩 남기듯이 그냥 선심 쓰듯 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지요. 자연에서 곡식을 얻었으니 예전처럼 자연에게 어느 정도의 낙곡을 돌려줘야 합니다" (238쪽)
비트겐슈타인은 '말은 곧 행위다'라고 정의했다 (262쪽)
길이란 무엇인가. 누군가 먼저 걸어가고 다시 가면 그 발자국들이 모여서 마침내 길이 된다. 길이 길을 부르는 것이다. 길을 파보면 그 속에 옛길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길이나 도나 마찬가지 어쩌다 길 위에서 길을 일어도 그 또한 길이다. 옛말에 '일어나 걷는 자는 동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길은 여전히 '발자국들의 살아 있는 화석'으로 존재한다. (269쪽)
그동안 만나 사람들은 모두 '지금 바로 여기에서' 가장 열심히 사는 이들이었다. 잘 나거나 유명하지 않지만 묵묵히 '어디에서나 주인으로 사는' 자세로 이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이들이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비로소 살 만한 곳이 되었다.(3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