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 에릭 오르세나
2012.4.15 초판 2쇄, 주식회사 열린책들, 에릭 오르세나, 이세욱 역, (학우선물, 20180226-20180228 讀)
장편소설이라고 이야기 하듯 상당히 두툼하다.
그 두툼한만큼 책 내용도 40년에 걸친 사랑이야기라고 적고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여인을 사랑하게 된 가브리엘과 그 여인과의 혼외 사랑이야기.
우리가 보통으로 알고 있는 그런 사랑의 흐름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낯설고 거북하다.
그들은 사랑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자신들만을 위한 사랑이야기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결실을 다른이의 자식으로 위장하여 기르고, 그 긴 세월의 사랑의 도피라니...
그 정도의 세월동안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랑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플라토닉의 사랑이야기가 전개되어 이해 시켜 주었으면 좋으련만,
아버지의 여자친구와 사랑에 논의하는 장면과,
오기를 바라는 남자, 납치해 주기를 바라는 여자의 심정등
중간중간 언뜻언뜻 그런 고뇌가 엿비쳐지기는 하지만,
그러한 전개는 미미하고 에로틱한 전개가 대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혼외의 사랑,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험의 사랑이야기이고, 이기적인 사랑이야기이다.
그래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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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취하는 것은 <새해엔 모든걸 바꿔 보면 어떨까?>하고 은근하게 꼬드겨 대는 사악한 목소리를 자기 안에 깊이 파묻기 위한 것이다. (22쪽)
아내라는 존재는 청혼에 응하는 그 운명적인 순간부터 여자라는 종에서 벗어나 별도의 잡종이 된다.(32쪽)
인생사에는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 있다. 운명이 인간의 손을 잡고, 이제껏 눈에 보이지 않던 문 하나를 열어 주면서 앞으로 나가라고 떼밀 때 우연의 일치가 나타난다. 운명은 인간이 새로운 모험 속에서 발더둥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이따금 장난삼아 그런 기회를 마련한다(52쪽)
항구란 역마살이나 방랑벽과 통하는곳이고, 결혼 생활이란 머물고 또 머물고 하염없이 머무는 것이거늘 (63-64쪽)
사람이 잘 늙으면 자유를 얻는 법이다. 그러고 보면 늙는 게 꼭 서러운 것만은 아니다.(73쪽)
그녀는 자기 안에 법을 품고 있어(149쪽)
섬 같은 여자들은 자기네가 지닌 생명력을 자기들 몸의 몇몇 부위와 자기들 삶의 몇몇 순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말하자면 몇 개의 섬에 모든 걸 쏟아 붓는다는 거지 (206쪽)
납치 당하기를 바라는 여자는 여자들 중에서 가장 절개가 굳은 법인데 말이다.(278쪽)
과거는 과거다. 그런 추억이잇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추억은 그냥 술처럼 숙성되도록 내버려 두자(298쪽)
접목의 시간
'접붙이기를 하고 나면 배나무와 유럽모과나무가 곧바로 전쟁에 들어갑니다. 나무껍질 속에서 세포들끼리 대전투를 벌이는 거죠. 싸움의 향배는 친화력에 달려 있습니다'
'친화력이요'
'두 종 사이에 어떻게 화해가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인간 세상에서 남녀가 혼인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밑동이 저렇게 코끼리 발처럼 굵어지는 이유는 뭔가요?'
'서로 다른 것끼리 하나가 되자면 엄청난 소동이 벌어지게 마련이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화해가 이루어진 다음엔 어떻게 되는건가요?'
'평생토록 하나가 되는 거죠' (359-360쪽)
사랑의 행복이란 그와 달리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460쪽)
'죽음이란 고독한 벌레야. 고독한 벌레 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굶주린 벌레지. 나도 곧 그놈에게 먹힐 거야. 나는 놈에게 뭘 바치지? 내 벌레는 무엇을 탐할까?' (478쪽)
그는 행복이 여자들을 흥분시킨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495쪽)
그의 철학이란 죽음이라는 위대한 미지수를 앞두고 휴가를 가져야 한다는 것, 자신의 역할이며 임무며 활동을 모두 포기하고 과거도 잊은 채 진짜 휴가를 가져야 한다는 것, 마지막 여행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가벼움뿐이라는 것이었다. (5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