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해아심이 2018. 5. 29. 13:55


 1판 6쇄, 2012.4.30, 문학의 숲, 알라딘 중고구매

* 책 이미지가 개정판인 '열림원' 출판만 있어 일부 이미지만 이용


그의 시는 아프다.

그래서 시일 수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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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 中

 -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낙타의 생 中

 -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中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 주는 것


직박구리의 죽음 中

  -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진짜 얼굴이 되어 버린

    가면

    혹은, 날개가 아닌 팔이라서 날 수 없으나

    껴안을 수 있음


홍차 中

 - 흉터가 있다는 것은

    상처를 견뎌 냈다는 것

    노랑지빠귀 우는 아침, 당신은 잠든 척하며

    내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지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가 아주 잠들어 버리겠지


순록으로 기억하다 中

 - 이때 다른 무리들은 모두 소금을 받아 먹어도

   한 마리 순록만은 먹기를 거부하며 서 있었다고 한다

   인간들에게 소금을 제공 받는 대신

   그 순록은 나머지 족속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나와

   의연하게 서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