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첫눈의 소실점 | 황종권
해아심이
2018. 8. 3. 16:42
첫눈의 소실점
황종권
이 별은 당신을 떠도는 첫눈이었다.
눈빛을 포개면 여백이 쌓이고
무한하다는 길이 지워졌다
신이 지워진,
눈먼 겨울의 한복판에 속눈썹이 남아 있었다
무엇이라도 울 수 있을 것 같아
우는 건 신을 견디는 일이라 말했다
뒷모습이 길게 뻗어나갔다
등이 지워질수록 어지럽게 발자국이 찍혔다
당신을 떠도는 전부가
맥락 없이 쌓이는 발자국이라니
사랑하는 이유와 이별하는 이유가
서로 닮아가고 있었다
소실점이었다
첫눈이 내릴 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