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떤 여행자 | 황종권
해아심이
2018. 8. 3. 16:44
어떤 여행자
황종권
사막의 여행자는 발이 사라진다고 했다 죽은 새에서 뜯긴 허공이 쏟아져 나올때,
지명이 있다고 믿겠지만,
여행자는 무릎을 꿇고 낙타가 죽은 묘비 앞에서 돌을 세워 놓는다
사막에서는 미신이 하나의 감정이 되고
신비롭게도 여행자는 풍경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풍장되는 뼈를 보고 아름다운 고함을 지른다 그 고함은 사실, 죽음을 잊기 위한
자세다 아니다 목소리가 사라질까 봐 뻗어가는 가시다
선인장이 사막을 옮기듯이 여행자는 자기의 내면을 옮긴다
내면 어디엔 낙타가 있겠고 내면 어딘가엔 오아시스를 파는 모래쥐도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여행자도 사막을 무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