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핀 나무 아래 | 허수경
해아심이
2018. 12. 24. 10:18
꽃핀 나무 아래
한 때 연분홍의 시절
시절을 기억하는 고약함이여
저 나무 아래 내 마음을 기댄다네
마음을 다 놓고 갔던 길은 일테면
길이 아니고 꿈이었을 터 아련함으로 연명해 온
생애는 쓰리더라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살아온 길이 일테면 자궁 하나
어느 범박한 무덤 하나 찾는 거라면
이게 꿈 아닌가,
더러 돌아오겠다 했네 어느 해질녘엔
언덕에도 올라가고 야산에도 가고
눈 쓰린 햇살 마지막 햇살의 가시에 찔려
그게 날 피 흘리게 했겠는가
다만 쓰리게 했을 뿐
했을 뿐, 그러나 한 때 연분홍의 시절
꿈 아닌 길로 가리라 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