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흙밥 보고서 | 변진경
초판 3쇄, 2019.03.05, 도서출판 들녘, 변진경, 마샘북상상, 20200324~20200325 讀
책을 구매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싯점에 책을 펴 들었다.
그동안의 여러 일정으로 책을 들여다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지금 읽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책은 사라. 그러면 읽게 된다'
그 말이 맞았다. 만약 책을 사지 않았다면, 지금은 관심에서 조금 멀어져 이 책을 읽지 않았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흙밥!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라고 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잠시 되돌아 보았다.
나의 가장 기억에 남는 흙밥은 무엇일까?
가장 아픈 흙밥 2개가 생각난다. 하나는 아주 어렸을 때, 또 하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려웠을 때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랬구나 하지만 많이 위축되고 힘든 시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청년들의 흙밥에 많은 공감이 가고, 이 책의 구성이 2008년~2018년의 보도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식사권'이 가장 먼저 밀려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거권이, 시간이, 꿈이, 가까이 다가가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청소년과 사회진입한 이후에는 사회권이 어느정도 보장이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청년기의 사회보장은 본인이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는 이상, 사회권이 부재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여러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수당, 청년배당은 사회권의 숨통을 트여주는 물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깨닫게 해 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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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갑에 돈이 있는가 없는가, 카드대금이 연체되었는가 안 되었는가, 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현재의 상황이 미래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사람은 아주 작아지고 만다. 특히 자신을 위한 비용을 지출할 염치 역시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8쪽)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박미정 대표의 말에 따르면 청년기 흙밥은 청년기를 벗어나서도 사람을 옥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과 재무 상담을 하다 보면 젊음과 건강을 믿고 대부분 식비를 최후 순위로 두더라. 하지만 이는 결국 훗날 의료비 지출과 지속 가능한 소득 창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젊은 시절 부실한 식사로 만성질환자가 돼 돈을 벌기 힘든 사례를 정말 많이 봤다 " (35쪽)
밥을 제대로 챙겨 먹고 얼굴 살이 붙으면서, 원효씨는 이제 조금씩 고개를 들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68쪽)
"저도 그랬지만... 가난하면 진로 고민 같은 걸 안 해요. 무조건 돈을 먼저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뭘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가난해도 꿈을 꿔도 되는구나, 원하는 걸 도전해봐도 되는구나.... 이런걸 스스로에게도, 또 방황하는 동생들에게도 얘기해 주고 있어요." (70쪽)
내가 고향에서 느낀 이런 점들은 다른 지방에서 살아가는 청년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공통점이었다. 꼭 소멸 위험 지역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였다. 중소도시, 고아역시에 사는 청년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였다. 지방이라고 더 싸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것도 없이 인프라만 부족하다. 무너가 새로운 걸 해보려 하면 '중뿔나다'는 지적만 받는다. 지방의 왜곡된 공동체성은 때로 도시의 익명성보다 무섭다. 무엇보다 그저 나고 자란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청년들을 '남아 있는' 패배라조 바라보는 눈길에 지방 청년들은 분노하면서도 주눅 들어 있었다.
(189쪽)
부모님의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만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도전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 이런 자원을 가지지 못한 지역 청년들은 다른 건 생각 못하고 공부만 해 왔기 때문에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도 공부해서 붙는 공무원밖에 생각 못 하는 거다. (236쪽)
청년 스스로의 문화적 역량이 필요하다. 말할 수 있는 능력. 이제까지는 경제적 언너, 가족주의 언어, 심리적인 언어로만 한정돼 있었다. 성공해야지, 아프지 말자, 우리 가족 행복하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등.... 여기에서 벗어나 가치론적 질문을 통해 자기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삶, 좋은 사회가 무엇이냐고 끊임 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역사회, 대학이 그것을 위한 공적 지원을 해 줘야 한다.
(238쪽)
그런데 청년수당을 통해 '그 길이 아니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물 밖으로 눈을 돌렸더니 햇빛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285쪽)
이들이 전한 프랑스 청년 보장 정책의 키워드는 '진입'과 '자율성'이다.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황에 놓인 청년을 안정적이고 활력 있는 사회적 일원으로 '진입'시키는 것이 청년 정책의 목표이며, 그 과정에서 청년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율성'이다. (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