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묶으며 | 박노해

해아심이 2021. 1. 19. 16:41

매듭을 묶으며

 

                              박노해

 

짐 보따리 단단히 묶어라

매듭은 너무 꽉 묶지 말아라

풀 때를 생각해 날캉히 묶어라

 

사람살이가 그런거다

 

다신 안 볼 것처럼

인연줄 모질게 자르지 마라

언제 어디서 다시 볼 지 누가 안다냐

 

인생살이가 그런거다

 

그때 그때야 일이 목숨 같다지만

지나고 나면 일은 끝이 없는 일들이고

결국은 사람, 사람과 사람만 남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