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낮술 | 문병란
해아심이
2014. 10. 29. 12:56
낮술
문병란
아무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는 날
아무 일도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날
나는 혼자서 낮술을 마신다
꽃마저 피다가 심심해서
제 흥에 취해 하르르 시드는 날
꽃 사이 몰래 숨어 잠든 바람아
너마저 이파리 한 잎 흔들 힘이 없니?
어디선가 산퀑이 길게 울고
햇살 눈부시어 사무치는날
혼자서 사랑하다 혼자서 미치는
그리움보다 먼저 취하는 고독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