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나태주, 시간의 쉼표

H280. 그 얼굴이 또 주름진대로 활짝핀 여름 대낮 함박꽃_나태주

해아심이 2022. 8. 15. 08:58

꼭지 없는 차

                             나태주

 

제 살배기 겨우

말을 악혔을 때

엄마 나 이담에 시집가

꼭지 없는 차 타고

집에 올거야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딸아이 어른되어

시집가 아이 

둘 낳은 엄마되고

공부하여 대학교 선생님 된 다음

마흔 살도 넘어

비로소 꼭지 없는 차 나고

공주로 문학강연 하러 오늘 길에

집에 들른다 한다

저의엄마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아이에게 해줄 밥을 준비하면서

우리 딸아이 오늘

자가용 몰고 집에 온대요

상기된 낯빛으로 말하는데

그 얼굴이 또 주름진대로

활짝 핀

여름 대낮 함박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