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명언, 시 등

H394. 지는 잎 보면서 _ 박재삼

해아심이 2022. 8. 30. 18:36

 

지는 잎 보면서

                                      박재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만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바람 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부를 사람이 없음이여!

이제 저 나뭇잎을

우리는 손짓하며 바라 볼 수가 없다

그저 숙이는 목고갯짓으로

목숨은 한풀 꺾여야 한다

아! 묵은 노래가 살아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