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양광모 시

H422. 눈 내리는 날의 기도 _ 양광모

해아심이 2022. 8. 31. 20:30

 

눈 내리는 날의 기도

                                     양광모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첫눈처럼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한 송이 한 송이씩 떨어지지만

이내 뭉쳐 하나가 되는 사람

 

세상의 모든 상처와 잘못을

깨끗함으로 덮어주는 사람

 

겨울의 깊고 어두운 밤마저

하얗게 빛으로 밝혀주는 사람

 

눈사람처럼 홀로 서 있어도

묵묵히 겨울바람을 이겨내는 사람

 

아이에게는 기쁨을 연인에게는 사랑을

어른에게는 추억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사람

 

누군가 자신을 밟고 지나갈 때조차

뽀드득 뽀드득 맑은 소리를 내는 사람

 

이 세상 떠나는 날 누구에게나

첫눈보다 아르마운 기억으로 남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