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래피/양광모 시
H426. 삶은 늘 낯설기만 하더라 _ 양광모
해아심이
2022. 9. 5. 10:41
나는 왜 수직으로 질주하는가
양광모
삶은 늘
낯설기만 하더라
우연히 마주친 옛 애인의 웃음처럼
수십 년을 마주한 거울 속 내 얼굴처럼
삶은 늘
낯익지가 않더라
그리하여 나는
수평으로의 진군을 멈추고
수직으로 수직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한 번도 도달해 본 적 없는
수직의 밑바닥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 하나 건져
내 낯선 삶에 슬쩍 끼워 넣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낯익은 삶이라는 것도
헤어진 옛 애인의
슬픈 눈물 같은 것은 아닌지 싶어
나는 수직으로 수직으로 질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