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_ 김훈

해아심이 2022. 9. 22. 07:44

 

 

 

 

 

 

 

1판6쇄, 2022.08.31. (주)문학동네, 선물받음

 

 

장편 소설이지만 

한 인간에 대한 삶의 이야기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암울한 이야기들과 함께 안중근의 한국생활은 의외로 짧게 묘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하얼빈 거사의 일들도 준비 단계에서의 간단한 일지로 긴장감 없이 풀어져 있었다. 

다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 안중근의 신앙생활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 신앙이 시대의 어느 편에 서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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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는 말했다.

- 시간을 아껴라. 시간으로 세상을 잴 수 있다

부디 시간과 더불어 새로워져라. 새롭게 태어나라(13쪽)

 

이토는 또 말했다.

 - 땅이 아닌 곳은 모두 물입니다.

.

.

.

-지금 철로가 깔렸으므로 조선과 일본은 하나가 되어 세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쇠가 이 세상에 길을 내고 있습니다. 길이 열리면 이 세계는 그 길 위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한번 길을 내면, 길이 또 길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길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힘이 길을 만들고 길은 힘을 만드는 것입니다.

 

순종이 말했다. 

- 세사의 땅과 물을 건너가는 길도 있지만, 조선에는 고래로 내려오는 길이 있소

충절과 법도와 인륜의 길이오. (40쪽)

 

이토가 온다는 것은 중대한 일이었지만 이토가 왜 오는지는 안중근이 알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토에게만 중요했다 (100쪽)

 

연안은 다만 저무는 물 위에 뜬 한줄기 산맥의 흔적일 뿐이어서, 거기서 벌어지는 살육과 저항을 바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108쪽)

 

미개한 사회의 원주민들이 문명개화로 이끄는 선진의 노력을 억압으로 느끼고 거기에 저항하는

사례들을 뮈텔은 세계의 후진 지역에 파송된 동료 성직자들의 보고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177쪽)

 

이 세상의 배운 자들이 구사하는 지배적 언어는 헛되고 또 헛되었지만 말쑥한 논리를

갖추어서 세상의 질서를 이루고 있었다.(254쪽)

 

신앙에는 국경이 없다고 신부님은 말했지만, 사람의 땅위에는 국경이 있다 (260쪽)

 

약육강식 풍진시대(260쪽)

 

1993년 8월 21일 서울 대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은 안중근 추모 미사를 집전했다

이 미사는 한국 천주교회가 안중근을 공식적으로 추모하는 최초의 미사였다

김 추기경은 이날 미사의 강론에서

-일제 치하의 당시 한국 교회를 대표하던 어른들이 안중근 의사의 의거에 대해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그릇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여러가지 과오를 범한 데 대해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연대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안중근의 행위는 '정당방위'이고 '국권 회복을 위한 전쟁 수행으로써 타당

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2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