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류시화
"노새는 한 마리인ㄷ데 왜 워릭 이름을 부르기 전에 다른 아이들을 계속 외치셨어요? 이 노새의 이름이 여럿인가요?"
농부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오. 워릭은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오. 하지만 자신이 다른 노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믿으면 어떤 무거운 것도 끌 수 있소" -7쪽
"그런데 왜 이곳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하는 제주도여야만 하죠? 자신의 관념 속 제주도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경험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이곳에 온 게 아닌가요?" - 15쪽
나는 나의 관념으로 그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나의 작은 자아를 부수기 위해 간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내 생각과 선입견을 비우고, 안으로 깊어지고 밖으로 더 넓어지기 위해. -16~17쪽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
이다. 그 다른 인생의 기쁨은 부수러기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19쪽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자'가 이 글의 주제이다. 생의 마지막에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는지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당신 영혼의 색깔이다. 신은 당신에게 이 생에서 무엇을 좋아했는가 묻지, 무엇을 싫어했는가 묻지 않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불행했는가보다 무엇 때문에 행복했는가를 - 32쪽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스티커를 등에 붙인 고독한 전사이다. 그 등은 어떤 책에도 담을 수 없는 이야기를 지고 다닌다. 따라서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참고' 친절해야 한다. -50쪽
태어나기 전에 선택한 가족이 더 이상 자기 운명의 실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의 음을 아는 사람을 찾기에 언제라도 늦지 않다. 최악의 일은 혼자 삶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과 삶을 보내는 것이다.
당신 안에는 당신 자신의 알지 못하는 음악이 존제한다 그 음악을 이해하는 이가 당신의 지음이다. 하지만 당신이 먼저 자신의 음을 발견해야 한다. 자신의 음에 스스로 귀를 닫아서는 안된다. - 64~65쪽
어쩌다 고상한 고전음악을 감상하러 온 사람들은 우리를 보잘것 없는 사회 부적응자들로 여겼지만, 니체가 말했듯이 우리가 더 높이 날아오를수록 '날지 못하는' 사람들 눈엔 우리가 더 작아 보이기 마련이었다. 우리는 비정상적인 세상에 사는 나름 정상적인 인간이라 자부했다. -70쪽
칼 융이 말한대로, 우린는 아무것도 치유받지 못한다는 것. 그저 놓아줄 뿐이라는 것, 우리는 흉터를 보면서 자신이 상처를 극복했음을 알 수도 있고, 흉터를 보면서 상처입은 일을 기억할수도 있다. -77쪽
"비현실적인 것이 왜 문제인가? 모든 사람이 현실적이어야 하는가? 그런 세상은 숨 막히지 않겠는가? 현실을 제대로 보려면 현실 밖으로 떠나 봐야 한다. " - 107쪽
미드는 아라페시족의 특이한 현상 한 가지를 더 발견했다. 사냥하다가 다치면 치료할 생각을 하기보다는 부족 사람들에게 상처 입은 것을 알려 위로를 받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말하고 다니는 동안 고통을 잊을뿐더러, 이웃들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자신이 겪는 고통과 비교하며 사회적 치유효과를 거두었다 한 사람이 상처 입은 감정을 집단에 표현하고 집단은 그 감정에 호응함으로써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 이런 행동 방식을 미드는 '아라페시 현상'이라고 불렀다. -113쪽
우리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한다. 마음 속에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사는 것만큼 큰 고통은 없다 기차 안에서 만난 그 인도인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내 말을 들은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들었다. 모든 만남의 궁극적인 의미는 조언이나 설교가 아니라 포옹이다. 포옹이 필요한 사람에게 강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120쪽
해 버린 일에 대한 후회는 날마다 작아지지만, 하지 않은 일의 후회는 날마다 커진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생의 저녁까지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은 하지 않은 일이다. 하잖은 일들 과 소란한 만남들 때문에 언제까지나 뒤로 미룬 일, 주위의 만류와 일반화의 논리 때문에 포기한 일, 안전한 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과 진실을 감춘 일이 그것이다. - 122쪽
날개는 바람과 대화하는 법을 알지만 우리는 아픔을 겪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법을 잘 모른다. 누군가의 아픔이 어떤 범주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 아픔을 일반화시켜 말해서는 안된다. 심리한 서적에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해도 저마다의 아픔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경험이다. -140쪽
의학적인 충고에서부터 사랑과 상실에 대한 조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도와줄게, 내 말 들어봐'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거나 무엇이 다른 사람에게 최선인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같지만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는 상대방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파머는 말한다.
"인간의 영혼은 조언을 듣거나 바로잡아지거나 구원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봐 주고, 들어주고 동반자가 되어 주기를 원할 뿐이다. 우리가 고통받는 사람의 영혼에 깊은 절을 할 때, 우리의 그러한 존종은 그 사람이 고통을 극복하는 중요한 치유 자원이 된다" - 144쪽
인간은 날개가 없는 대신 웃는다. 웃음은 가슴의 날갯짓이다. 웃음과 울음은 같은 지점에 있고, 희망과 절망도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 - 169 - 170쪽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은 스스로 불구가 되는 길이다. 옷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것이 불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세상이 재단해 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이 재단한 옷을 입어야 한다. 오렌지 과수원에 서 있는 사과나무라고 절망할 필요가 없다. 나를 보라, 나는 '세상에 맞지 않는'점에 있어서는 전문가이다. 심지어 세상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도 잘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 살면서 그 상자에 맞추지 못하는 사람을 문제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감수성이 날카롭고 낯가림이 심해 사회 적응자처럼 살아갈 수 없을 때, 아무리 해도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에 접근하기 어려울 때 우리는터무니없이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여긴다. 상자 안에 맞지 않으면 상자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간다고 죽지 않는다. 강물은 강폭이 좁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넘쳐 자신의 길을 만들 뿐이다. -186~187쪽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사는 법을 배우고, 여행에 나가면서 여행하는 법을 배운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기 전에 앨리슨는 토끼 굴 속으로 추락해야 한다. 생가기광의 싸움으로 보내기에는 삶은 너무 짧다. 걱정은 상상력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마음보다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마음의 무거움이 자신을 짓누르지 않도록
사람마다 다른 무제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시험에 실패한다. 시인 데이비드 화이트는 말한다.
"자기 앞에 놓인 길을 볼 수 있다면 그 길은 자신의 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자신의 길로 여긴 타인의 길일 것이다. 자신의 길은 한 걸음씩 내디디면서 알아가야 한다. 영혼은 그 여행 자체를 좋아한다" -240-241쪽
스승은 제자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 차이를 알겠는가? 불행의 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다 다만 그것을 어디에 담는가에 따라 불행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라"
인생의 문제는 소금과 같다는 것이다. 소금의 양은 같지만, 우리가 얼마만한 마음의 넓이로 그것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짠 맛의 정도가 달라진다.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