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작별이 서툴다 | 류시화'
해아심이
2024. 12. 18. 13:14
나는 작별이 서툴다
류시화
나는 작별이 서툴다
헤어지면서 안녕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람에 잎을 떠나보내는 나무처럼
그렇게 무심히 '잘 가'하고 말할 순 없을까
꽃의 손을 놓는 가지처럼
'봄이 되면 또 만나'하고 기쁘게 보내 줄 수 없을까
잠시 헤어짐이 영원한 공백이 될지 몰라
작은 기척에도 놀라는 풀잎의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마지막 말을 입속에 삼켰던가
안녕, 아름다운 세상아
안녕, 짧은 계절 동안의 나의 사랑아
잘 가라, 유서처럼 떠나는 나의 시들아
아무리 연습해도
나는 작별의 말이 서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