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푸른 밤 | 나희덕
해아심이
2025. 1. 24. 16:48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떤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따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