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 강원석
해아심이
2025. 3. 20. 10:36
1판 3쇄
2017.10.13
욕심(46쪽)
저녁 노을이 하도 예뻐
종이에 곱게 싸서 집으로 가져왔다
액자 속에 넣어 두고
오래도록 보려고
조슴스레 종이를 펼치니
노을은 어느새 창밖에서 스러지고
하얀 종이만 발갛게 물들었더라
조각(57쪽)
슬픔을 깎습니다
무딘 조각칼로
깎고 다듬어서
선반 위 어느 모퉁이
추억 옆에 가지런히 올려 둡니다
슬픔도 이제는
추억처럼 머물라고
삶(74쪽)
꽃이 진다고 낙심하지 말아라
바람에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또 피기에 꽃이다
별이 진다고 실망하지 말아라
새벽에 지지 않는 별은 또 어디 있으랴
어둠 속에 빛나는 게 별이다
내가 간다고 슬퍼하지 말아라
떠나지 않는 영원함이 어디 있으랴
만나고 헤어지니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