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 | 이주빈
해아심이
2025. 3. 20. 10:48
도초도 수항리 석장승(38쪽)
아무리 어리숙한 가슴도
해와 별을 품고 있다
정작 어리숙한 건
하늘과 별과 해를
보지 못하는 네 눈
항시 기억하라
예의와 친절을 잃지 않는 건
너보다 못나서가 아니라
가슴에 품은 칼이
널 베기엔
너무 크고 예리하기 때문임을
집어등 불빛 아래(59쪽)
대체 가슴속에
모을 수 있는 것 하나 없구나
그 밝고 맑은 웃음소리
미역보다 싱그러운 살내음
그물을 쪼는 물고기 한 마리조차
안을 수 없구나
집어등 불빛 아래
세상 모든 것 다 모이고
천지 아래 모든 것 다 잡혀도
내 안엔 도무지
모이는 것 하나 없구나
잡히는 것 하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