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스크랩] [송계대사] 눈으로 줍는 풍경

해아심이 2014. 11. 29. 22:45
              
              눈으로 줍는 풍경 / 송계대사
              空階滴滴落鈴寒  [공계적적낙령한] 
              濕衲掛枝雨不乾  [습납괘지우불건] 
              好得積雲龍變化  [호득적운룡변화] 
              喜看深霧豹成斑  [희간심무표성반] 
              作巢燕子含泥返  [작소연자함니반] 
              採藥仙童洗菜還  [채약선동세채환] 
              眼拾風光心不厭  [안습풍광심불염] 
              淸吟終日對靑山  [청음종일대청산] 
              빈 뜰엔 주룩주룩 지는 방울 차갑고 
              줄에 걸린 젖은 장삼 비에 마르지 않네 
              좋게도, 쌓였던 구름 용의 변화를 얻어 
              반갑구나, 표범무늬 이룬 짙은 안개여 
              집을 짓는 제비는 진흙 물어 날아오고 
              약 캐는 아이는 산채를 씻어 들어오다 
              눈으로 경치 주워, 마음에 싫증 없으니 
              종일토록 읊으며 푸른 산 대하다 
              송계대사의 시다. 
              ‘큰 비가 넘쳐 사람도 오지않다
              (大雨漲溢人不通)’이라 한 시다. 
              오랜 장마 끝에 비가 멈춘 광경을 썼다. 
              처마에서 지는 물소리를 방울소리로 표현하였다. 
              청각에 호소해야 할 물 소리를 
              차다는 촉각으로 표현하였으니 
              일상성을 뛰어넘는 반상(反常)의 수법이다. 
              젖은 장삼을 가지에 걸었다(掛枝)함도 
              문학적 미화의 표현이라 하여야 할 것이다. 
              장마철에 나뭇가지에 걸었을 리 없고, 
              빨랫줄에 걸었을 것이지만, 
              나뭇가지에 걸었다 해야 시적 정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안개가 끼면 장마철에도 비가 개인다 한다. 
              그러기에 짙은 안개를 기쁨으로 보았다 하였다. 
              구름과 비를 용의 조화로 보는 것은 
              일반적 일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비 내림이 아닌 
              비의 개임을 용의 변화로 표현했으니 
              장마의 지루함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나를 
              간접적으로 이해시키고 있다. 
              거기에다 안개를 표범의 얼룩무늬로 표현하였음은 
              비교적 산뜻한 감각으로 와 닿는다. 
              제비 진흙 물어오고 선동이 채소 씻어온다 함도 
              장마 뒤 산촌의 일상적 풍경이기는 하지만, 
              서로 독립된 따로따로의 사실을 
              한 공간으로 모아 시적 구도로 압축하고 보니, 
              이 역시 새로운 운치를 맛보게 한다. 
              역시 고즈넉한 산촌의 멋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풍경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즐거움으로 맞이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아름다울 수 없다. 
              이 시는 그 점을 말하되, 먼저 눈으로 풍광을 살피고 
              그 살핌을 싫어하지 않는 마음의 여유를 놓치지 않고 있다. 
              눈으로 줍는 풍광이라는 표현도 재미있는 수사다. 
              이런 수사를 구성할 수 있는 작자이기에, 
              종일 읊으며 청산을 대한다는 결구로 맺었다. 
              역시 대사로서의 시인이다.
              - 그림 / 담원 김창배님 - 禪茶수묵화
              - 음악 / 국악명상곡 - 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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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가장 행복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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