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단상 1 & 2

해아심이 2014. 10. 15. 17:34

 

단상1

차라리 다른 곳이었으면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
홀로 가야만 하는 운명들로 애닯구나

...

비 오면 같이 비 흘러 내리고
눈 오면 같이 눈 쌓아 두고
바람 불면 같이 울리거늘
함께는 안되는구나

푸른 새벽 바람 한자락 머물며
쓰다듬어 주면
청아한 소리 나누리

그 소리에 있음을 깨닫고
안으로 끌어 안으리

저 둘은...

 

20140901  ha

 

 

단상2

혼자 가도록 운명 지어진
산사의 한 귀퉁이
같은 곳을 바라 볼 수 있는
네가 있어 참으로 좋구나

산등성이 구름 뚫고 나오는
아침 햇살을 같이 바라 볼 수 있어 좋고
구슬피 내리는 비를 같이 바라 보며
쓸쓸해 하지 않아 좋고
소리 없이 내리며 쌓이는 눈을 같이 보며
포근해 할 수 있어 좋고
어슴프레 지는 땅거미를 보며
같이 보낸 하루의 평온함이 좋다.

산새 소리에 묻어 살랑 바람 다가오면
청아하게 들리는 너의 목소리

보이지 않아도
너 거기 있구나

 

20140902 ha

 

사진 출처 : 문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