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해아심이
2014. 12. 4. 09:36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제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 였다가
너 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