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마중물과 마중불 | 하청호
해아심이
2015. 3. 8. 21:20
마중물과 마중불
-하 청 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