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거미 | 김수영
해아심이
2014. 10. 18. 05:19
거미
김수영
(1954. 10. 5)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 버렸다.
*시 행간 구분은 나의 느낌으로 쓴 것임.
원시와는 차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