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
돌베개, 2015년 4월 초판 1쇄 발행
: 한비자 - 차치리
1. 가장 먼 여행
공부는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며, '가슴에서 여행'이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p.20)
2. 사실과 진실
: 시경 - 유연한 시적 사유 - 사실성, 진정성
논어 안연편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 :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 모든이가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낮은 곳, 소외된 곳)(p.33)
체 게바라의 평전을 보면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은 반드시
하나씩 가져라' (p.45)
추상은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압축하는 것이고, 상상력은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읽어내는 것입니다(p.52)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품성의 문제입니다.(p.53)
3. 방랑하는 예술가
: 초사 - 낭만과 창조 - 귀곡자/시론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 때, 다시 말하자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57)
4. 손때 묻은 그릇
: 주역 - 물 뜨는 그릇 - 변화
주역의 인식틀이 친숙하다는 것은 우리가 집집마다 비슷비슷한 그릇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The Classic of Change]로 번역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변화'를 읽는 틀입니다. (p.74)
5. 톨레랑스에서 노마디즘으로
: 논어 - 화동담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열린 사고입니다.
남과 북의 통일과 화화에 대한 열린 사고입니다. 이것은 관용에서 유목으로 탈주하는 탈근대의 경로이기도 합니다(p.85-86)
6. 군자는 본래 궁한 법이라네
: 논어 - 인간에 대한 담론
한 시대와 한 인간을 읽는 일은 그 속에 착종하고 있는 수 많은 모순을 상대하는 일입니다.(p.94)
기소불욕물시어인 - 자기가 우너치 ㅇ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마라(p.95)
7. 점은 선이 되지 못하고
: 맹자 - 곡속장(이양역지) - 만남 - 인간관계
맹자의 이양역지 - 이 대목에서 생각하자는 것는 '본 것'과 '못 본 것'의 엄청난 차이에 관한 것입니다.
생사가 갈리는 차이입니다.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보고, 만나고, 서로 아는 이를테면 '관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엄청난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p.107)
8. 잠들지 않는 강물
: 노자 - 무위, 상선약수 - 하방연대 / 관계론
노자의 무유론 - 유가 이로움이 되는 것은 무가 쓰임이 되기 때문이다. 무란 그냥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입니다. (p.123)
노자는 영역본에서 자연을 'self-so'라고 번역합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최고의 질서, 가장 근본적인 질서입니다.
그래서 가장 안정적 질서가 바로 자연입니다. (p.124-125)
노자가 강물의 최고의 선이라고 하는 이유는 세가지 입니다. -수선리만물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유수부쟁 :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는다.
처중인지소오 : 싫어 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이다
1. 수선리만물(水善利萬物) , 2.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위무위:爲無爲) 3.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ㅔ.133)
연대는 물처럼 낮은 곳과 하는 것입니다. 잠들지 않는 강물이 되어 바다에 이르는 것입니다.
바다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p.135)
9. 양복과 재봉틀
: 장자 - 천지편 / 기계론 - 노동과 생명
장자의 기계론은 이처럼 기계에 관한 논의라기보다는 '노동과 생명'에 관한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노동은 생산요소입니다
그러나 장자의 체계에 있어서 노동은 생명 그 자체입니다(p.146)
노동은 생명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식입니다.(p.147)
등산로는 미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다님으로써 만들어집니다.(道行之而成 物謂之而然)
오늘날의 표현으로 한다면 길은 관계의 흔적이고, 소통의 결과로 생겨나는 주름입니다 (p.150)
10. 이웃을 내 몸 같이
: 묵자 - 불경어수, 무감어수 - 겸애, 반전평화론
차별없이 사랑할 때 평화로워진다는 것입니다.(兼相愛則治) 이것이 묵자의 겸애사상입니다.
겸의 반대가 별입니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차별하는 것이 별애입니다. 겸애는 기본적으로 계급철폐의 평등사상입니다(p.163)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란 말이 있습니다. 묵자가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실이 물든다는 것은 방금 이야기한 사회의 허위의식, 즉 지배 이데올로기의 포섭 기능을 지적하는 것입니다.(p.165)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성어가 그것입니다. 굴뚝을 돌려놓고 장작을 옮겨 놓는다는 뜻입니다. 불이 나지 않도록 예비하고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미리 단속하는 사람은 몰라보는 세태를 그렇게 지적하기도 합니다.(p.168-169)
11.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며
: 한비자 - 차치리
[중간정리]
정체성이란 내부의 어떤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맺고 있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직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입니다.
정체성은 본질에 있어서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 생성입니다. 고나계의 조직은 존재를 생성으로 탄생시키는 창조적 실천입니다(p.198)
이룬 것이 많을 수 없습니다. 꼬리를 적신 어린 여우들입니다. 그 실패때문에 끊임없이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자위합니다. 한비자의 졸성이 그런 것이라 하겠습니다. 졸렬하지만 성실한 삶, 그것은 언젠가는 피는 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한 말입니다. '땅을 갈고 파 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p.200)
2부
추억의 생환이란 사실을 훨씬 나중에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하면 우리가 영위하는 하루하루의 삶 역시 명렬하는 추억의 미로 속으로 묻혀 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추억에 연연해 하지 말아야 합니다.
추억은 화석 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단히 성장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며, 언제나 새로운 만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p.219)
예술의 본령은 우리의 무심함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깨우치는 것 중에서 가장 통절한 것이 비극입니다. 비극은 모든 나라의 문화 전통에서 극화되고 있습니다. 예술 장르에서 비극은 부동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미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글자 그대로 앎입니다. 미가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은 미가 바로 각성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p.252)
아름다움이란 뜻은 알다, 깨닫다 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세계와 자기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자기와 세계를 함께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p.253)
곤히 잠들어 있는 가슴에서 눈 부릅뜨고 있는 문신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그림입니다(p.276)
객관은 뒤집으면 관객이 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구경꾼이 되게 합니다. 사람을 관객으로 만드는 것은 그의 정치적 입장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참된 인식이란 관계 맺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p.278)
자본이 한 기부나 나눔은 불가능합니다. 자본으로서의 성격이 제거된 이후읠 부라야 비로소 나누게 됩니다.(p.293)
모더니즘은 한마디로 이성주의입니다. 이성주의는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입니다. 인간 이성이 모든 무지를 밝힐 수 있다. 이성의 촛불로 어둠을 밀어낼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그러나 보르헤스는 촛불을 끄라고 합니다. '촛불을 꺼라. 촛불은 어둠을 조금 밀어낼 수 있을 뿐 그 대신 별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p.339)
경제학에서 가치라고 하는 것은 교환가치입니다. 엄마를 프라이스리스 priceless라고 합니다. 그 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뜻입니다만 팔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p.347-348)
석과불식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 엽락 : 잎사귀는 환상과 거품, 엽락은 환상과 거품 청산하는 것
- 체로 : 나목 - 뼈대와 구조를 직시하는 일(정치적 자주성, 경제적 자립성, 문화적 자부심)
- 분본 : 거름 - 뿌리는 사람(p.420-421)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p.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