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미 | 허연
해아심이
2014. 10. 18. 06:06
도미
허연
헤엄치기를 잊어버린 도미가 수족관 안에 뒤집어져 있다
자기가 뒤집어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처연하게 뒤집어져 있다
죽었나 싶었는데. 살짝 살짝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삶의 한
방점을 찍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눈이 맑다. 원래 저렇게
생겨 먹은 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눈이다. 그러다간 가끔 천천히 수족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그 움직임이 연기 같고 구름 같다. 바닥에 닿는 듯하면 이내 움찔
다시 수면으로 올라온다. 용서한 자의 자태다. 그렇게 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아픈 표정 하나 없이 도미는 하루 종일 삶의 방점을 찍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