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꽃, 여름
- 非人不傳이라 했거능, 했거능 민족문학작가회의 농성장에서
김사인은 나를 때렸다 혹독한 매질이었다고......,
나는 기억하지만 그것이 저녁밥 뜸들이는 내 고향의 누옥
처럼 아련했다. -
갈꽃이 한 시야를 메우고 저 창창한 여름이 몸을 건너
올 때 마음의 꿈, 마음의 집, 나는 서울의 한 횡단보도에서
비명횡사하고 싶어질 때마다 김사인의 매를 생각했다. 이
화상아 정을 주었다 하면 어째 그러냐, 혈친 같은 정을 꾸
벅이면서 주고는 어깨를 경사지게 하고는 물 건너듯 무심
하게 가 버리느냐
김사인을 만나고 난 뒤, 다방에 가서 꼭 그런다, 커피를
마시고 보리차에다 설탕을 통째로 부어 설탕물을 한 그릇
하고, 티를 낸다. 쯔쯧 저 티, 어떻게든 벗어던질 수 없는
업 같은 저 못 먹고 자란 티를!
그리고 낡은 가죽 소파에 한 시절을 기대고 내 시야를
가득 메워오던 갈꽃, 빗자루 구슬 꿰며 어머니, 여름의 창
창한 속으로 기어 오르던 뜨거운 해 속에 설탕물을 부시던
갈꽃가루 환한 부신 눈에 김사인의 매질, 그 또한 그를 때
리던 서울의 한 농성 먹지도 먹히지도 않은 기차의 시절,
손을 흔들며 아련하게 나는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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