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시선

                                       김주대

 

걸어온 길 돌아보면 허공이 천지다

시선은 묽어지고

가두고 길들여 한 번도 풀어놓지 않았던 나를

먼 데로 산란한다

도피처럼 사랑했고 죽음처럼 절박했던 시간을

허공에 요약한다

어떤 그리움이 내부를 채운 뒤

살을 빠져나간 자리마다 수염은 자라

수심이 깊다

둥글게 등을 말고 태아처럼 앉아

어머니의 자궁을 추억한다

내 속의 계곡에 추락한 나를 인양하기 위해

멀고 긴 시선이 팔을 뻗어

잃어버린 꿈 하나를 만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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