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족보
이영춘
어느 날 문득
족보를 보다가
족보 속에 바람처럼 누워 있는
나를 보았다.
이름 두 자는 간데 없고
시집 보낸 아버지의 함자 아래
실뿌리처럼 겨우 매달린
"이씨"라는 성 뿐.
내 살아온 무게보다
엮어온 역사보다
아득히도 작은 여자의 무게
미조의 바람이
미조의 선율이
어머니의 혼으로
할머니의 넋으로 다시 살아나
내 족보 위에서 온통
통곡의 강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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