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쇄, 2018.8.30, 브룬힐데 폼젤 지음, 초레 D.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주식회사 열린책들
마샘 북상상 9월 선정책, 20180920~20180927 讀
최근 이슈가 되는 있는 난민에 대한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했던 안나 아렌트가 어김없이 소환되는 책이다.
악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평범성>은 우리 안에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폼젤의 인터뷰를 정리한 글 들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래 뭘 잘못했지? 라는 의문과
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지나온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아 온 것에 대한 어떠한 후회나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소환되지 않았나 싶다.
비록 그렇게 살았더라도 그 많은 희생의 소용돌이를 지나온 이들이라면 비록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미안함으로 반성을 할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비판만 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진짜 이야기는 '난민'을 대하고 있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난민이 발생한 세계화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한 비판과
깨어있어야 함을 6부에서 강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독일 히틀러를 생각하면 유대인의 학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유대인 학살의 원인 중 하나가
주변국의 이주민(유대인의 난민 수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는 것!
그러한 역사적인 일들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이전처럼 단순히 몰랐다고 할 수 있는 시대는 결코 아니다.
우리 자신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도록 깨움을 전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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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룬힐데 폼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직장과 물질적 안정, 상관에 대한 의무감, 상층부에 속하고 싶은
욕망이 우선이었다. 그녀는 자신의인생 역정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묘사했다. 그러면서도 나치의 체계적인 범죄 행위들에
대해서는 자신의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5쪽)
폼젤의 이야기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드러난다. 공감능력과 연대감의 상실을 수반하는 광범한 시민 계층의 정치적
무관심이 나치의 비상과 성공을 부른 한 원인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그녀 자신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인식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20쪽)
우리는 집에서 자연스럽게 순종을 배웠어요. 가정 안에서 사랑과 배려. 같은 건 부족했죠. 오히려 우리는 순종하는
가운데 서로를 속이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에 익숙해졌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들을 통해 원래
아이들에게는 없던 특성이 우리 속에서 깨어난 거죠(29-30쪽)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늘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생각해 봐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매일 하고 살겠어요? 요즘 바다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는 불쌍한 시리아 난민들도 우리가 불쌍하게 여기지만 매일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잖아요? 그렇게
살 수는 없죠. 다만 텔레비전 앞에 앉으면 다시 그 생각이 떠 오르죠. 어떻게 그런 일이 계속 반복 될 수 있는냐는 거죠.
하지만 그건 가능한 일이에요. 백년 후에도, 아니 이 지구가 존속하는 한 가능할거예요. 인간이라는 게 원래 그런 존재예요.
(105-106쪽)
그만큼 나는 미련했어요. 하지만 고민할 것도 많고 이겨내야 할 것도 많은 어려운 시절에 자신이 모든 것을 잘못했을거라는
갈등에 빠지게 되면 스스로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게 인간이죠.(167쪽)
사실 그런 격동의 시절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혹시 나는 이런 이유에서 이렇게 했고
저런 이유에서 저렇게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몰라도요. 우리는 그저 시대에 끌려다녔을 뿐이에요!
우리 의자와는 무관하게(180쪽)
모든 게 그래요.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점은 있고, 아무리 끔찍해도 밝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흑백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흑과
백은 없어요. 흑과 백 속에는 항상 어느 정도씩 회색이 들어 있어요.(201쪽)
개인은 모두 어딘가에 소속될 수 밖에 없어요. 그건 당연해요. 그리고 어디 소속되면 항상 영향을 받아요. 일부는 교육을 통해
일부는 자신이 속한 그롭을 통해서요(202쪽)
명령에 따라 총을 쏜 사람들을 두고 살인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병사들은 그저 의무를 다한 것 뿐이에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내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내가 누군가에게 개인적으로 부당한 짓을 한 경우에만 그럴거예요. 하지만 난 누구한테도 그런
짓을 한 기억이 나지 않아요.(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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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요제프 괴벨스에 의해 <오직> 라디오와 영화로만 확산되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그보다 훨씬
강력한 힘으로 전파되고, 그 파장도 엄청나기 때문이다.(259쪽)
우익 포퓰리스트들은 특정 집단을 열등한 경쟁자로 폄하하면서 사람들의 가장 저급한 충동을 일깨운다. 그러다 스스로를 더 나은
존재로 느끼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을 증오하게 만든다. 문제는 자신의 자존감 부족에서 온 것일텐데 말이다. 그로써 경멸과
증오는 자존감 상승의 집단적 사건이 된다. (266쪽)
유럽과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제 2차 세계 대전이후 생활수준과 삶의 질면에서 자신들의 부모를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뿐 아니라 따라가지도 못할
것을 염려하는 첫 세대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분석이다. 이로 말미암아 한편으로 분노와 증오가. 다른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체념이 생겨난다. 정치 참여로도 자신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체념이다.(273쪽)
새로운 우익 포퓰리스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내면에는 세계화된 세상으로부터 여러모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숨어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적이 이주민이다. (279쪽)
<주관적 진실>을 위해 실체적 사실을 무시하는 이런 상황의 원인, 즉 2016년에 화두가 된 <탈사실적(포스트팍티시)> 경향의 사회
정치적 원인은 무엇보다 상처받은 감정 그리고 부당한 세계에 대한 몰이해이다. 여기서 핵심 문제는 실제적 가난이 아니라 사회학적으로
다층적이고 매우 복잡한 현상인 주관적 가난이다. (280쪽)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감정은 반사적으로 희생양을 찾게 하고, 좀 더 신속하고 단순한 대답을 갈급하게 만든다. 이성적으로는
제어가 안되는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281쪽)
노동자와 중하층 시민들이 바로 그 지지자들인데, 이들이 오늘날 극우로 돌아섰다. 여기서 점점 뚜렷해지는 것은 민주적 정치 엘리트들의
무지와 직무 유기다. 그들은 서구 사회의 분열에 책임이 있고, 그로써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뿌리를 내리는 데 일조 했다.
<사회는 개방된 자유주의적 엘리트 세계 시민과 갈수록 계층 추락을 염려하고 그래서 계층 상승을 강하게 열망하는 하층민으로 분열되었다>
알브레히트 폰 루케의 진단이다.(285쪽)
슈퍼리치와 기업 콘체른이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돈을 조세 피난처로 옮기는 것을 보면서 세계화가 더는 일반 공공의 이익에 따라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세계화의 결과가 공공의 이익과는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288쪽)
<저 위의 것들>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떨어져 나간> 유권자들의 항의와 민주주의 시스템의 위기에는 자유주의적 엘리트들의
오만함도 일부 책임이 있다(291쪽)
인권은 우리 시민 모두가 도덕적 용기로 일상에서 지켜내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297쪽)
우리는 난민의 발생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계화의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이제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즉, <위에서 아래로의 재분배>가 필요할지 모른다. 세계화를 위한 일종의 <뉴딜> 정책이다. 민주적 정치 엘리트들은 불평등의 사회적
증가가 결국 자신들에게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방향을 잘못 잡은 발전
과정을 수정할 각오를 해야 한다(302쪽)
폼젤의 삶은 시민으로서의 깨어 있는 의식이 부족할 때 이기주의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여주는 좋은 보기이자 경고이다(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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