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핀 나무 아래


한 때 연분홍의 시절

시절을 기억하는 고약함이여


저 나무 아래 내 마음을 기댄다네

마음을 다 놓고 갔던 길은 일테면

길이 아니고 꿈이었을 터 아련함으로 연명해 온

생애는 쓰리더라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살아온 길이 일테면 자궁 하나

어느 범박한 무덤 하나 찾는 거라면

이게 꿈 아닌가,


더러 돌아오겠다 했네 어느 해질녘엔

언덕에도 올라가고 야산에도 가고

눈 쓰린 햇살 마지막 햇살의 가시에 찔려

그게 날 피 흘리게 했겠는가

다만 쓰리게 했을 뿐


했을 뿐, 그러나 한 때 연분홍의 시절

꿈 아닌 길로 가리라 했던 시절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야 할 때를 | 나태주  (0) 2019.01.22
꽃 2 | 나태주  (0) 2019.01.22
청년과 함께 이 저녁 | 허수경  (0) 2018.12.24
정든 병 | 허수경  (0) 2018.12.24
갈꽃, 여름 | 허수경  (0) 2018.12.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