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날의 묵상
양광모
위우침으로
얼굴 붉어진 단풍잎처럼
뉘우침으로
목까지 빨개진 저녁노을처럼
가을은 조금
부끄럽게 살 일이다
지나간 봄날은
꽃보다 아름다웠고
지나간 여름날은
태양보다 더 뜨거웠으리
그럼에도 뉘우칠
허물 하나 없이 살아온 삶이란
또 얼마나 부끄러운 죄인가
믿으며, 가을은
허물 한 잎 한 잎 모두 벗어 버리고
기쁜 듯 부끄럽게 살 일이다
이윽고 다가올 순백의 계절
알몸으로도 거리낌 없이
부끄러운 듯 기쁘게 맞을 일이다.
'캘리그래피 > 양광모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H423. 권추가 _ 양광모 (0) | 2022.08.31 |
---|---|
H422. 눈 내리는 날의 기도 _ 양광모 (0) | 2022.08.31 |
H420. 그대 가슴에 별이 있는가 _ 양광모 (0) | 2022.08.31 |
H419. 사랑이라는 나무 _ 양광모 (0) | 2022.08.31 |
H418. 새벽 _ 양광모 (0) | 2022.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