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묵상

                              양광모

 

위우침으로

얼굴 붉어진 단풍잎처럼

 

뉘우침으로 

목까지 빨개진 저녁노을처럼

 

가을은 조금

부끄럽게 살 일이다

 

지나간 봄날은

꽃보다 아름다웠고

 

지나간 여름날은

태양보다 더 뜨거웠으리

 

그럼에도 뉘우칠 

허물 하나 없이 살아온 삶이란

또 얼마나 부끄러운  죄인가

 

믿으며, 가을은

허물 한 잎 한 잎 모두 벗어 버리고

기쁜 듯 부끄럽게 살 일이다

 

이윽고 다가올 순백의 계절

알몸으로도 거리낌 없이

부끄러운 듯 기쁘게 맞을 일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