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수직으로 질주하는가

                                                    양광모

 

삶은 늘

낯설기만 하더라

 

우연히 마주친 옛 애인의 웃음처럼

수십 년을 마주한 거울 속 내 얼굴처럼

 

삶은 늘

낯익지가 않더라

 

그리하여 나는

수평으로의 진군을 멈추고

수직으로 수직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한 번도 도달해 본 적 없는

수직의 밑바닥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 하나 건져

내 낯선 삶에 슬쩍 끼워 넣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낯익은 삶이라는 것도

헤어진 옛 애인의

슬픈 눈물 같은 것은 아닌지 싶어

나는 수직으로 수직으로 질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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