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번째 동시집이다.
가만 가만 듣고 있으면 어릴적 엉뚱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렇다. 그때는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맞다.
그 느낌을 다시 알게 해 주는 맑은 책이다.
공부(10쪽)
공부를 했다
동생 시험지를 보았다
쏘나기가 내렸다
내 시험지에는
함방눈이 내렸다.
우산(14쪽)
우산은 비가 올 때 엄마 같다.
몸을 활짝 열고 날 안아준다
난 우산의 손을 꼬옥 잡는다
눈사람(37쪽)
눈사람을 만들었다
자고 일어났다
눈사람이 못 본 사이에
살이 쫘악 빠져 있었다
눈사람 보고
살을 어떻게 뺐냐고 물었는데
입이 없어서 못 말한다.
바람(43쪽)
바람은 나무를 질투하나 봐
친구들이 많다고 자꾸 나뭇잎을 데려가나 봐
나무는 안 뺏기려고 꼬~옥 잡고 있다
지렁이(52쪽)
비가 오니 지렁이가 꼬물꼬물 지나간다
꼬물꼬물 지나간 자리엔 멋진 작품들이 남아 있다
지렁이는 비 오는 날의 화가
해(65쪽)
산 위에 걸려 있는 해가 예뻐서
몇 초 동안 바라봤더니
내 눈으로 해를 사직 찍었는지
다른 곳을 봐도 눈을 감아도
해가 보인다
첫눈(73쪽)
눈이 머나먼 여행을 갔다 왔는지
너무 늦게 왔다
언제 오나 기다렸던
오늘이 바로
첫눈이 오는 날이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비와 눈(93쪽)
하얀 눈은 천사 같아
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고
엄마가 밖에 나가 놀게 해 주거든
주륵주륵 비는 악마 같아
비가 오면 엄마가 못 나가게 하거든
가뭄(99쪽)
논을 보았다
비가 안 와서 거부이 등처럼
갈라져 있다
마치 물을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해설 : 김재복(어린이 문학평론가)
시인은 아름다운 것, 중요한 것, 사랑해야 하는 것에 특히 관심있는 사람들이기도 해요(103쪽)
시인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몱ㅅ의 삶을 살아내는 존재들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불완전 것의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이고요. 잃어버린 것을 조각을 찾아 제 모습을 찾아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시인이죠. 아름다운 걸 찾아내는 사람이 시인이고 우리에게 시인이 꼭 필요한 이유죠
그런가 하면 시인은 누군가의 아픔을 내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기도 해요(105쪽)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역 부처의 말 | 코이케 류노스케 (0) | 2025.02.10 |
---|---|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필사 시 (0) | 2025.01.24 |
빨간색을 싫어하는 딸기가 있었다 | 진성진 (0) | 2025.01.20 |
딕테 | 차학경 (0) | 2025.01.20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한강 (1)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