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해라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中'
취해라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당신의 어깨를 무너지게 하여 당신을 땅 쪽으로 꼬부라지게 하는
가증스러운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당신은 쉴 새 없이 취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취한다?
술이든,
시든,
덕이든
그 어느것이든
당신 마음대로다
그러나 어쨌든 취해라
그리고 때때로 궁궐의 계단 위에서,
도량가의 초록색 풀 위에서,
혹은 당신 방의 음울한 고독 가운데서 당신이 깨어나게 되고,
취기가 감소되거나 사라져 버리거든
물어보아라.
바람이든
물결이든
별이든
새든
시계든
지나가는 모든 것
슬퍼하는 모든 것
달려가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게
지금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당신에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취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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