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

 

                                   나태주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맟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그 아이 이스랕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갖지예요

 

올핻도 부탁은 그 아이

잘 데리고 다니며

잘 살길 바라요

 

윽박지르지 말고

세상 한 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한 해의 끝 날까지 가 주길 바라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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