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판 제 13쇄, 2015.2.23,  (주) 문학과 지성사


16세기 재미있는 우주관 이야기로 소개 받아 구입했던 책을 한참을 못 보고 두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서문의 딱딱함과는 달리 책 내용은 이외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당시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상천외한 그의 생각이 그 당시에는 받아 들이기 힘든 종교적 부분이라 결국은 처형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책에서 소개한 것 처럼 그는 단순한 방앗간 주인이 아니라, 글을 읽고 쓰고 사색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을 수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며 그의 상상력, 판단력에 빠져 들게 되었다.

당시 심문관과의 대화내용은 어찌 또 이리 자세한 지? 당시의 기록문화는 어디까지 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하기도 한다.

주인공 메노키오의 발언에 따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의 독서와 그 당시의 상황들을 따라가는 전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 수록 기독교의 강제성이 지배했던 시대의 상황으로 답답해 올 때, 이에 대한 해답이 있었다.

'메노키오의 사례는 바로 이러한 민중 문화의 말살과 탄압을 배경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p.355)


과거는 침묵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증언을 듣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만 합니다. (.......) 우리는 과거를 향해 끝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역사 연구의 과제들 중에는 이전 시대의 역사가들이 통상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왜곡을 확인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p.16-17)


저는 이럻게 말했죠. 제가 생각하고 믿는 바에 따르면, 흙, 공기. 물 그리고 불, 이 모든 것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하나의 큰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이는 마치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구더기가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구더기들은 천사들입니다. (p.75)


전능하신 하느님은 기독교인.이단자,터키인.유대인, 이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이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시며 이들을 같은 방법으로 구원하십니다.(p.85)


성서는 인간들을 속이기 위해서 재발견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p.89)


'권력자들에 대항하여 그들의 사악한 행위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메노키오가 기존의 계급 질서를 그토록 열렬하게 비난한 것은 ㅇ억압을 인식해서뿐만 아니라 종교적 이념, 즉 때로는 성령 때로는 신의령으로 불리는 하나의 '정신'이 우리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바로 그 종교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p.102)


심문관님, 제발, 제 말에 귀기울여 주십시요. 옛날에 한 위대한 군주가 자신의 귀중한 반지를 갖게 되는 사람이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임종ㅇ을 앞둔 왕ㅇ은 자신의 반지와 똑같은 다른 두 개의 반지를 더 만들어 세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들은 각지 자신이 왕위 계승자이며 진짜 반지를 가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반지들은 너무나 비슷하여 진짜를 구분하기가 불가능하였습니다.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아버지 하느님은 기독교인과 터키인 그리고 유대인과 같이 당신을 사랑하는 많은 자녀를 거느르셨고 그들 각각에게 자신ㅇ의 계율에 의해 살도록 하셔서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모릅니다. (p.176)


혼돈으로부터 최초의 생명체들, 즉 천사들과 이들의 위대한 존재인 하느님이 '자연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메노키오의 우주관은 근본적으로 유물론적이며 그리고 과학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p.193)


메노키오는 책의 단조롭고 논리적인 형태로 정리된 기록 문화의 언어로부터 몸짓으로 말하고 떠벌리며 고함치는 구전 문화의 언어를 분리시키는 중요한 역사적 도약을 경험한 첫번째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구전 문화의 언어가 물질적인 것의 연장이라면, 기록 문화의 언어는 정신적인 것의 연장이다. 구전 문화에 대한 기록 문화의 승리는 무엇보다도 경험에 대한 추상의 승리로 해석된다.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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