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초도 수항리 석장승(38쪽)

 

아무리 어리숙한 가슴도

해와 별을 품고 있다

정작 어리숙한 건

하늘과 별과 해를

보지 못하는 네 눈

항시 기억하라

예의와 친절을 잃지 않는 건

너보다 못나서가 아니라

가슴에 품은 칼이

널 베기엔

너무 크고 예리하기 때문임을

 

집어등 불빛 아래(59쪽)

 

대체 가슴속에

모을 수 있는 것 하나 없구나

그 밝고 맑은 웃음소리

미역보다 싱그러운 살내음

그물을 쪼는 물고기 한 마리조차

안을 수 없구나

집어등 불빛 아래

세상 모든 것 다 모이고

천지 아래 모든 것 다 잡혀도

내 안엔 도무지

모이는 것 하나 없구나

잡히는 것 하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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