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 기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이병기 (1891-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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