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사랑하는 법

 

                                        나태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바라보아주는 사람의ㅣ것이다

바라보는 사람이 주인이다

나아가 생각해주는 사람의 것이며

사랑해주는 사람의 것이다

어느 날 한 나무를 정하여 정성껏 그 나무를 바라보라

그러면 그 나무도 당신을 바라볼 것이며

점점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

아니다, 그 나무가 당신을

사랑해주기 시작할 것이다.

더 넓게 눈을 열어 강물을 바라보라

산을 바라보고 들을 바라보라

나아가 그들을 가슴에 품어보라

그러면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의 것이 될 것이며

당신을 생각해주고

당신을 사랑해 줄 것이다

오늘 저녁 어둠이 찾아오면

밤하늘의 별들을 우러러보라

나아가 하나의 별에게 눈을 모으고 

오래 그 별을 생각해 보고 그리워해보라

그러면 그 별도 당신을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며

당신을 생각해줄 것이며

드디어 당신을 사랑해줄 것이다

꼭지 없는 차

                             나태주

 

제 살배기 겨우

말을 악혔을 때

엄마 나 이담에 시집가

꼭지 없는 차 타고

집에 올거야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딸아이 어른되어

시집가 아이 

둘 낳은 엄마되고

공부하여 대학교 선생님 된 다음

마흔 살도 넘어

비로소 꼭지 없는 차 나고

공주로 문학강연 하러 오늘 길에

집에 들른다 한다

저의엄마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아이에게 해줄 밥을 준비하면서

우리 딸아이 오늘

자가용 몰고 집에 온대요

상기된 낯빛으로 말하는데

그 얼굴이 또 주름진대로

활짝 핀

여름 대낮 함박꽃이었다.

 

 

 

아침식탁

                                     나태주

 

밤이 가고 아침이 오는 것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하루가 잘 저물고 저녁이 오는 것

그보다 더 다행스런 일은 없다

 

앞에 앉아 웃으며 밥을 먹어주는 

한 사람

이보다 더 소중한 사람은 없다.

 

 

 

떠난 자취

                                    나태주

 

너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냐

어느 구름 아래 어느 바람 따라

흐르고 있느냐

 

이쪽에서 좋았던 일

섭섭했던 일 모두

마음속으로 접고

너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너 좋은 곳으로 가서

너 좋은 사람들 만나

내일도 오늘처럼 잘 살아라

 

해 으스름 고개 숙인 

꽃나무를 보면서 말한다

그늘에 덮여가고 있는

산을 보고 말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뚱어진 구석이 ㅇ있따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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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나태주

 

별은 멀다. 별은 작게 보인다. 별은 차갑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별은 별이다. 멀리 있고 작게 보이고 차갑게

느껴진다고 해서 별이 아닌 건 아니고 또 별이 없는 건

절대로 아니다. 

 

별을 품어야 한다. 눈물 어린 눈으로라도 별을 바라

보아야 한다. 남몰래 별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아야 한다. 

별이 작게 보이고 별이 차갑게 보이고 별이 멀리 있다고

해서 별을 품지 않아서는 정말 안된다. 

 

누구나 자기의 별을 하나쯤은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인생이고 멀리까지 씩씩하게 갈 수 

있는 삶이다. 그렇지 않을 때 그 사람은 흘러가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남을 따라서 흉내 내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아들아, 네 삶의 일생일대 실수는 어려서부터 네가 너

의 별을 갖지 않은 것! 어쩌면 좋으냐. 내가 넝에게

너의 별을 갖도록 안내해주지 못한 것부터가 발못이었구나.

후회막급이다. 

 

그 아이

 

                                   나태주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맟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그 아이 이스랕에 햇빛 부신 풀잎 같고

바람에 파들파들 떠는 

오월의 새 나뭇잎 한 갖지예요

 

올핻도 부탁은 그 아이

잘 데리고 다니며

잘 살길 바라요

 

윽박지르지 말고

세상 한 구석에 떼놓고 다니지 말고

더구나 슬픈 얘기 억울한 얘기

들려주어 그 아이 주눅 들게 하지 마세요

 

될수록 명랑하고 고운 얘기 밝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걸음도 자박자박

한 해의 끝 날까지 가 주길 바라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새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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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님의 '잡초'이다.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글귀가 와 닿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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