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떤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따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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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120쇄 2024.7.29

 

필사책인 줄 모르고...ㅎ

 

몇 편의 고운 시들을 얻었다.

그리고, 또 몇 편의 마음들을 이해했다. 

 

 

선운사에서 - 최영미

푸른밤 - 나희덕

조용한 일 - 김사인

수선화에게 - 정호승

달같이 - 윤동주

그 사람에게 -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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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 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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