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5쇄, 2011.12.30, 도서출판 밝은세상 (학우의 선물)
독일 분단시대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는 짧은 평과 함께 읽어 보라며 학우가 준 책이다.
소설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여서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읽어 내려갔다.
80년대의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져 있던 상황에서 한 눈에 사랑하게 된 연인의 아픔을 그린 내용이다.
여행작가 토마스가 서독에 자리하게 된 과정으로 풀어가다가
동독의 방송국에서 동독에서 추방된 페트라를 만나는 순간 사랑으로 이어지지만,
페트라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해피앤딩으로 이어질까 하는 위태로움은 그대로 적용되어
어느 한 순간에 산산히 부서지고 25년이 넘는 시간을 각자가 살아가다가
다시 페트라가 남긴 유품인 노트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내용은 페트라의 시각으로 넘어간다.
그 이후는 서로의 오해.. 서로의 용서... 그렇게 시간에 묻혀지며 끝이 난다.
그 분단의 혼돈속에 살아가기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 벗어나고자 하는 희망, 숨겨야 하는 비겁함,절절함
이러한 일들이 그 혼돈의 언저리에 있는 이들은 속속들이 알 수 없기에 발생하는 오해로 인한 긴 시간의 자책들.
순간의 선택과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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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니'가 '전혀'가 되기란 얼마나 순식간인가.(13쪽)
과거가 더 이상 흐릿한 그림자이지 않을 때는?
그 과거와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 (20쪽)
'가장 낯선 세계는 자기 자신이다' (29쪽)
인간 존재는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 우연의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 해선 안된다. 우연히 어떤 때에 어떤 장소에 있게 되었다가 그 우연이 그 사람의 존재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우연한 리듬에 묶인 포로다. (58쪽)
'내가 알던 삶이 방금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118쪽)
'어떤 헤어짐보다 앞서라. 모든 것이 시작되는 거대한 심연을 생각하라. 가장 깊은 떨림을 주는 원천을 찾아라. 그러면 이 한 번 뿐인 삶을 완전히 즐길 수 있을테니'(232쪽, 릴케 -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사랑은 감정이지. 감정을 두고 '사실이다. 아니다' 말할 수는 없는거요. 감정에는 순간의 현실만이 있을 뿐이지. 내일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고 게다가 메메트처럼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에는 더하지" (247-248쪽)
사랑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면 '연인에게서 느끼는 스프네스나 두려움을 남에게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264쪽)
인생은 결국 두 가지로 용약됩니다. 바로 선택과 해석이죠. (391쪽)
'레이더는 두 물체 사이에 자기장이 형성될 때 작동해요. 자기장이 형성된 상태에서 멀리 있는 다른 물체에 신호를 보내면 그 신호가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겁니다. 반사된 신호는 그 물체의 이미지죠' (539쪽)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 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 (541쪽)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모두들 충고하지. 하지만 우리가 정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만큼 괴롭고 아픈 과거를 우리는 과연 그대로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그 과거의 공포를 가둔 채 문을 완강하게 걸어 잠그고 지내야 할까? (567쪽)
우리가 순간을 붙잡지 못한다면 그 순간은 그저 '하나의 순간'에 불과할 뿐이야. 그런 인생은 단지 의미 없는 시간의 흐름일 뿐이라 생각해. 주어진 생명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인 순간들의 합 (568쪽)
"누구나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해. 모든 걸 일어버렸따는 생각이 들 때에도 우리는 늘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 자신을 설득해야만 해"(589쪽)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 (590쪽)
사랑은 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계속 줄어드는 인생의 시간, 그 시간의 흐름을 줄이는 사랑이 없다면, 인생이라는 머나먼 여정에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삶을 견딜 수 있을까? (591쪽)
우리는 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주 짧은 찰나라도 순간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5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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