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4. 11일 1판 1쇄 발행, 류시화, 수오서재

예약본을 구매하고서도
한참을 책을 한쪽에 두었다.
무슨 이유인지 어떠한 책도 읽히지 않아, 그저 보고 싶은 책을 사서 쌓아 놓은 게 몇 권...
시간이 났다고 해야 하나, 암튼 어떤 계기가 되어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류시화님의 시어는
참 편안하면서도 아프다.
시들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떠남이라는 것.
그것은 어느 누군든지 간에 평등하게 주어진 동일한 사건이다.
얼마전에 이외수님도 이별을 남기고 떠나셨다.
그래서일까?? 시들을 읽는데 그 밑에 떠남이라는 대 전제가 깔려 있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다른 이는 또 다르게 읽혔을 것이다.
시란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짙은 떠남의 기운이 사로잡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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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중략)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그런 사람, 12-13쪽)
야생화
만약 원한다면
야생화처럼 살라
단, 꽃을 피우라
꼭
다음 봄까지
살아남으라 (야생화, 16쪽)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 짚어서는 안 된다.
외로움의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32-33쪽)
너는 벽에 부딪쳐 어떤 문 내었느냐고
더듬어 간 방향이 나의 문이었다고
나를 길 잃게 한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었다고, (말더듬이의 기도, 47쪽)
너는 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너 자신이 봄이다
너 자신이
너의 걸작 (눈풀꽃이 나에게 읽어 주는 시, 62쪽)
"너는 부서진 적 없어.
언제나 온전한 반딧불이였어" (이보다 더 큰 위안이 있을까, 63쪽)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람한다는 말을
곁에 둔다. (곁에 둔다, 65쪽)
눈물은 가슴이 말할 수 없는 말이라는데
신의 발성법 같은
가을바람 속
나는 떠날 것이고
당신도 떠날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공통점이다.(살아남기, 66-67쪽)
네 안의 공허를 채우기 위해
가장자리에서 배회하지 말라
절반의 삶보다 더 슬픈 삶은 없다
날개의 힘을 키우되
너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새가 되지 말라
모든 타인을 만난 후에
너의 얼굴을 한 새가 너의 둥지 찾아올 때
미소 지으며 맞으라. (쇠올빼미가 새끼 올빼미에게, 102-103쪽)
달에 관한 명상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
너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너보다
더 큰 너를
달을 보라
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 빛나는 달을 (달에 관한 명상, 135쪽)
모든 시는 자전적이지만 그의 시 속 화자는 내게 삼인칭이 될 수 없다. 그 화자는 마법처럼 나 자신이 되어 버어 버린다. 그것이 좋은 시가 가진 힘일 것이다. (해설 중, 154쪽)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거대한 계곡 아래로 한 장의 장미 꽃잎을 떨어 뜨리고 그 메아리를 듣는것과 같다고 미국 시인 돈 마르케즈는 말했다. 그렇다면 한편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의 가슴속으로 꽃잎 한 잘을 떨어뜨리고 그 울림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해설 중, 155쪽)
*해설 : 레나타 체칼스카
* 해설자가 일정을 맞추어 타트라 산맥으로 보러 간다는 꽃_ 크로커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829211&cid=46695&categoryId=46695
크로커스
크로커스는 그리스어에 기원하며 실을 의미하며 암술머리가 실모양이다. 종명은 봄에 피는 대표종이라는 의미이다. 이 속에는 약 80종이 있으며, 중부 및 남부 유럽에서 북아메리카 서아시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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