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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들이 남긴 말은

말보다 눈물에 가깝다 (새를 묻다 중)

 

나무가 부지런히 허공에 길을 닦는 건

세상 등지고 떠나려는게 아니다

집 없는 새들 부르려는 것이다

삭풍 사나운 길목에 주막집 지어

저물녘 쉴 곳 못 찾아 배회하는 새들 앉혀놓고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이려는 것이다

봉놋방에 군불 지펴

고단한 날개 눅여 가게 하려는 것이다

 

나무가 겨울에도 잠들지 않는 까닭은.....(나무 주막)

 

사는 게 통증이 된 뒤로는 밥보다 술이 좋았다 (이팝나무 아래서 중)

 

사는 건 맹물로 허공에 그린 그림 같아서

한 뼘도 안 되는 길을 평생 헐떡이며 걸어왔다

열 컬레 넘는 구두굽이 바깥쪽만 닳아 없어진 뒤

남은 건 기울어진 어깨 

 

사는 것, 그깟...(사는거, 그깟...)

 

나는 언제나 슬픔에 빚지고 산다

수시로 눈물을 갖다 쓰고 친구들에게도 나눠준다

가끔 우울이라는 얼굴도 빌려 쓰지만 

값을 치르거나 돌려준 적은 없다. 

 

그녀 손 잡고 마지막 꽃을 전송하던 밤이었던가

은하수에 물수제비 뜨던 밤이었던가

목 짧은 새가 울음을 잃어버린 날일지도 몰라

 

내가 빌려다 엎지른 슬픔으로 세상이 흥건했지

 

스스로 불 지른 심장은 시간이 가도 재가 되지 않아

목젖까지 태울 것 같은 불꽃만 남기지(슬픔에게 빚지다 중)

 

지상에서 잃어버린 풍경 모두 바다로 갔을거야(바닷속에 마을이 있어서 중)

 

가을비 속에 신발을 잃어버린 새들

어디서 시린 발 말리고 있을까

저물녘 오목눈이 몇 마리 비 긋고 간

아미타전 단풍나무 아래

주인 잃은 신발들 오소소 떨고 있다(단풍잎 지다)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신성한 무덤으로 이동합니다. 해변은 새들의 무덤이라 하기엔 너무 탁 트인 공간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닐 것입니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자신들의 몸뚱이를 던져버리"고 "영혼을 반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바다란 소란스러우면서도 고요한 살아있는 형이상학"이라 했습니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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