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100쇄

2024.11.22

이종인 옮김

36세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환자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순간 나는 대부분의 경우 죽음에 맞서 싸우는 전사가 아닌 죽음의 전령사 역할을 했다. 가족들에게 그들이 기억하는 사람(온전하고 생기가 넘치는 독립적인 사람)은 이미 과거의 사람이고, 환자가 어떤 미래를 원할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들이 가진 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했다. (113쪽)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비극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 주는 것이 최고다. 한 번에 그릇을 통째로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120쪽)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129쪽)

 

수술실에서의 시간이 재미있는 점은 정신없이 전속력으로 움직이든 차근차근 나아가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지루함이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는 것이라면, 수술은 그와 정반대다(132쪽)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찾아내야 해요'(197쪽)

 

궁극적인 진리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되 거기에 닿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혹은 가능하다 해도 확실히 입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204쪽)

 

에머슨은 이런 글을 남겼다 "보는 자가 언제나 말하는 자이다. 그의 꿈은 어떻게든 말로 표현되며, 그는 장엄한 환희 속에 그꿈을 널리 알린다" 용감한 보는 자  폴은 이 책을 쓰면서 말하는 자가 되었고, 우리에게 진실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면하라고 가르쳐 주었다(253쪽)

 

C.S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별은 부부애의 중단이 아니라, 신혼여행처럼 그 정상적인 과정 중 하나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결혼 생활을 잘 영위하여 이 과정도 충실하게 헤쳐 나가는 것이다"(262-263쪽)

 

평소 죽음이 무엇인지 깊이 명상하여 그 죽음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다운 선택을 한 것이다. 오래 전에 플라톤은 <파에도>에서 "심미아스, 진정한 철학자는 죽음을 그의 직업으로 삼고 무엇보다도 철학자에게 죽음은 가장 놀랍지 않은 현상이라네"라고 말하면서 철학은 곧 죽음의 공부라고 설파했지만,의학 공부도 실은 이 죽음에 대한 명상이요. 대비인 것이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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