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15
개정판 5쇄
p.35
강물은 정신이 번쩍 든다. 어떻게 하면 이 사막을 무난히 건널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때 문득 사막 한가운데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자신을 증발시켜 바람에 네 몸을 맡겨라. 바람은 사막 저 편에서 너를 비로 뿌려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다시 강물이 되어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수피즘의 우화
p.66
있는 사물을 그대로 본다는 것은 내 자신과 대상을 수평적으로 같은 자리에서 대함이기도 하다.
p.70
우리들의 삶은 '업業의 놀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상황을 別業별업이라 하고, 사회적인 상황을 共業공업이라고 한다.
p.84~85
일상적인 우리들의 정신상태는 너무나 복잡한 세상살이에 얽히고 설켜 마치 흙탕물의 소용돌이와 같다
우리가 한치 앞도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도 이런 흙탕물 때문이다. 생각을 돌이켜 안으로 자기 자신을
살피는 명상은 이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작업이다.
흙탕물이 가라 앉으면 둘레의 사물이 환히 비친다. 본래 청정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명상하라. 그 힘으로 삶을 다지라.
p.95~96
雲水野人으로 자처한 명료자는 행복을 얻는 비결은 즐거움을 끝까지 추구하지 않고 알맞게
그칠 줄 아는데에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알맞게 그칠 줄 안다면 우리들의 삶은
넘치지 않고 신선할 것이다.
p.120
단순한 삶이 본질적인 삶이다.
p.136~137
꽃은 무심히 피고 소리없이 진다. 이웃을 시새우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꽃에 비하면 그 삶의 모습이 너무 시끄럽고 거칠고 영악스럽다. 꽃이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서
피어나는 것은, 묵묵히 피고 지는 우주의 신비와 그 조화를 보고 배우라는 뜻일 수도 있다.
p.146
노승은 한 마디로 '흐름을 따라가게 隨流去'라고 일러주었다. 산중의 개울물은 이 골짝 저 골짝을
거쳐 마침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촌락으로 지나가게 마련이다.
p.196
내가 가끔 들르는 한 스님의 방에는 텅 빈 벽에 '與誰同坐 여수동좌'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까만 바탕에 흰 글씨로 음각된 이 편액이 그 방에 들어설 때마다 말없이 반겨주는 듯하다.
"누구와 함께 자리를 같이하랴"
p.247~248
아무리 어둡고 험난한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어둡고 험난한 이 세월이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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